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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은퇴 일기 #3 ] 누님과 함께 짓는 은퇴 후 양평 농사, 땀 흘린 뒤의 순두부찌개

지난해 가을 심은 마늘과 양파, 그리고 무더운 여름을 견뎌낸 대파와 쪽파가 혹독한 지난 겨울을 이겨냈습니다. 지난 3월 말 정성스레 심은 감자와 완두, 케일도 어느덧 예쁜 싹을 틔워 4월의 푸른 하늘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밭 한편에서 묵묵히 대견하게 자라나는 생명들을 보니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누님과 함께한 양평 모종 시장 나들이

 

어제 양평에 내려와 월세로 얻은 농가주택 30여 평 누옥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이른 아침, 은퇴 후 서울과 양평을 오가며 저와 함께 농사를 지어주시는 누님과 함께 양평 시내 농협 모종 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시장은 봄 기운으로 가득했고, 저희는 올 한 해 식탁을 풍성하게 해줄 다양한 모종들을 한가득 구입했습니다. 우리 뿐 아니라 많은 주말 농부들로 모종 시장이 북적였습니다. 우리는 아래 것들을 구입해 3개 종이 박에 담았습니다.

고추류: 일반고추, 청양고추

토마토: 일반 토마토, 방울토마토, 대추토마토

과일 및 채소: 참외, 애플수박, 가지, 옥수수

쌈채소 및 약초: 당귀, 하늘마, 치커리, 상추, 로메인, 쑥갓 등...

기억나지 않을 만큼 많은 종류의 모종들을 차에 싣고 돌아오는 길, 마음만큼은 이미 풍년이었습니다.

 

1,000평 대지 위, 문명의 이기가 주는 고마움

 

20여 년 전, 은퇴 후 농사를 꿈꾸며 마련한 이 땅은 무려 1,060평에 달합니다. 흔히 말하는 서너 평 남짓의 주말농장과는 차원이 다른 크기지요. 농사를 지으며 가장 고된 일은 역시 잡초를 뽑는 일과 작물을 심을 밭두둑을 만드는 일입니다. 수확은 힘들어도 보람 때문인지 견딜만 합니다.

보통의 주말농장이라면 쇠스랑과 삽으로 한두 시간 땀 흘리면 되겠지만, 1,000평이 넘는 이곳은 도구만 들고 덤빌 규모가 아닙니다. 다행히 1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온 동네 주민분 덕분에 마을 공동 트랙터의 힘을 빌릴 수 있었습니다.

"사람 서너 명이 온종일 매달려도 못 할 일을, 트랙터는 단 20분 만에 뚝딱 해치웁니다."

 

하지만 이곳 역시 고령화의 파도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나를 도와주는 동네 주민의 나이는 이 마을에서 가장 젊은데도 70대 초반이니, 10년 후에는 과연 이 땅을 계속 일굴 수 있을지 걱정 섞인 생각도 스쳐 지나갑니다.

 

땀 흘린 뒤의 순두부찌개,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욕심 껏 갖가지 모종들을 잔뜩 사 들고 돌아온 밭은 막막함 그 자체였습니다. 천연 비료를 주고, 로터리를 치고, 잡초 방지를 위한 검정 비닐 멀칭(mulching)까지... 이제는 20kg 비료 포대 하나 옮기는 것도 숨이 차는 나이가 되었음을 실감합니다.

결국 오늘도 이웃의 도움과 트랙터의 힘을 빌려 모종 심을 채비를 마쳤습니다. 우선 참외와 수박을 서둘러 심고, 나머지는 누님께서 오후에 천천히 마무리하기로 하셨습니다. 다음주에는 수도권에 사는 사촌 형제들이 몰려올테니 일이 좀 수월해지겠지요.

함께 땀 흘려준 이웃들과 뜨끈한 순두부찌개 한 그릇으로 점심을 나누었습니다. 짧은 농부의 일과를 뒤로하고, 나는 다음 주 일상을 준비하기 위해 서울행 차에 몸을 싣습니다. 몸은 고되지만 마음만은 넉넉한 4월의 하루였습니다. 내주 일정 상 오는 토요일에는 못오고 2주 뒤에나 다시 올 예정입니다. 그 사이 누님이 애를 많이 쓰겠지요. <26.4.19 현담 이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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