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미국 대학에 재수 지원 못해!" ... 모 자사고의 비교육적 행태 고발한다
SBS TV에는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신기하고 놀랍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밀도 있게 취재해 독특한 구성과 내레이션으로 전달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비상식적인 일이나 사건들을 특종으로 보도하기도 한다.
오늘은 학교에서 발생한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러나 감동적인 일이 아닌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르고 있는 국내 한 자사고의 비교육적 행태를 고발하려고 한다. 독자 여러분들도 함께 평가해 주길 기대한다.
필자는 이 자사고의 실명을 밝히지 않고 A고라고 하겠다.
A고는 국내의 인재들이 모이는 자사고다. 학교 시설과 교사진도 훌륭하다. 우수한 인재들이 좋은 교육을 받고 국내외 명문 대학에 진학을 한다. 미국 명문대 입시 실적이 꽤 우수하다.
그런데... 최근 숨겨졌던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해 미국 대학과 영국 대학 여러 곳에 지원을 했던 C 군은 아쉽게도 모든 대학에서 불합격됐다. 어쩔 수 없이 재수를 하게 됐다. 국내 대학은 아예 고려 대상에서 제외해 준비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금년도 국내 대 수시에 지원하지 않았다. 그는 금년에 다시 준비를 해서 미국 명문대에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 대학에 지원을 하려면 졸업생, 재학생을 막론하고 학교의 카운슬러 추천서와 두 분의 선생님으로부터 추천서를 받아야 한다. 이 요소들은 미국 상위권 대학의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반드시 이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그래야 원서 작성이 완결된다. 재수를 하는 C 군도 모교 카운슬러와 교사로부터 이 추천서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그래서 C 군과 부모는 모교에 찾아가서 카운슬러와 교과목 선생님 두 분께 추천서를 요청했다. 교사들은 추천서를 써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카운슬러는 "우리 학교는 졸업생에게는 카운슬러 추천서와 교과목 교사 추천서를 써주지 않는다"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교장에게도 요청을 했으나 그 역시 "해외고에 지원하는 졸업생에게는 우리 학교는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라는 말을 들었다. 재수를 해서 미국 대학에 지원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교장과 카운슬러는 "재학생들이 미국 명문대에 가야 하는데 미국 대학들이 우리 학교에 대한 쿼터를 배정하고 있으므로 졸업생이 그 자리에 들어가면 재학생들이 못 간다. 따라서 졸업생이 재수, 삼수를 해서 미국 대학에 지원할 경우 학교는 아무런 지원도 해 줄 수 없다"라고 설명을 했다고 한다. 즉 재학생 자리를 졸업생이 차지할 수 있으므로 재수를 해서 미국 대학 원서를 써서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게 교육자의 입장에서 가능한 이야기일까? 재학생만 제자이고, 졸업생은 제자가 아닌 '버린 자식'이란 말인가?
더욱 가관인 것은 이 학교가 3학년초에 학생들에게 이런 서약서를 받는다고 한다. C 군은 "3학년 초에 서약서를 썼다"고 증언하고 있다.
필자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여러 나라 고등학교에서 공부한 수백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20년 동안 미국 대학 진학 컨설팅을 했지만 이런 논리로 재수생에게 미국 대학 원서를 쓰지 못하게 하는 학교는 처음 봤다. 미국 최고 명문 고등학교인 필립스 앤도버, 필립스 엑시터, 초트 로즈메리, 디어필드 등 수많은 최고 명문 고등학교들은 아예 학교에 재수 프로그램이 있다. 이를 Post Graduate Program이라고 한다. 이런 학교들은 재수생과 재학생을 전혀 차별하지 않고 대학 입시를 도와준다. 또한 미국 대학들은 재수생들에게 편견이 없다. 재학생과 똑같이 입학 사정을 해서 우수한 학생들은 받아준다.
그런데 A 자사고는 졸업생들이 재학생들의 자리를 빼앗을 가능성이 있다며 재수를 막고 있다. 이는 헌법상 평등권의 침해이다. 일반 사기업도 할 수 없는 발상은 학교가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명문 자사고 교장과 카운슬러가 이런 발상을 하고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교육자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 학교는 왜 국내 대학에 진학하는 재수생들에게는 이런 룰을 적용하지 않을까? 서울대에 재학생들이 가야 하는데 재수생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면 안 되니 재수생은 학교에서 도와주지 않는다라고 해야 옳지 않을까? 즉 재수생은 재학생들을 위해 서울대를 지원해서 안 된다는 논리와 같다. 운이 나빴건 실력이 없었건 미국 대학, 영국 대학 등에 첫해에 지원을 해서 떨어진 학생들은 재수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재수를 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이 학교 교장은 제자들의 진로를 막는 비상식적인 행위를 서슴없이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3학년때 이를 약속하는 서약서를 받는다니 더욱 경악할 일이다. 약자인 학부모와 학생이 이런 요구를 하며 디미는 서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을 간 큰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이 학교의 비상식적이고 비교육적인 행태를 공개적으로 인터넷에 올린다. A 학교가 이번 일을 계기로 조속히 비교육적인 행태를 버리기를 촉구한다. <미래교육연구소장 이강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