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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당신의 활은 어디 있습니까?"… 90세 청춘이 켜는 인생의 제2악장

"꿈은 그 꿈을 꾸는 사람의 것이다"

 

'너무 늦었다'는 말은 사실 나태함이 쓰는 가장 달콤한 가면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흔히 나이를 핑계로 새로운 도전을 서랍 깊숙이 넣어두곤 한다. 하지만 여기, 아흔의 나이에도 첼로를 메고 집을 나서는 한 시니어의 삶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꿈은 정말 나이 때문에 멈춘 것입니까?"

 

10년의 선율, 다시 켜는 인생의 현

 

80세라는 나이에 첼로 활을 처음 잡았던 그분에게 첼로는 단순한 악기가 아니었다. 남편을 간병하며 보낸 고단한 3년의 시간 속에서도, 마음속엔 늘 오펜바흐의 ‘자끄린느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을 것이다. 비록 수업에 빠지고 연습할 기운조차 없던 날들이었지만, 이별의 슬픔을 뒤로하고 다시 악기 케이스를 여는 모습은 경건하기까지 하다. 90세의 등에 업힌 첼로는 무게가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버팀목이다.

 

멈추지 않는 소통과 기록

 

그분의 청춘은 손끝에서도 발견된다. 컴퓨터로 정갈하게 글을 쓰고, 카톡으로 세상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유연함은 그가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는 증거다. 틈틈이 적어 내려간 시와 수필을 모아 책을 내겠다는 두 번째 버킷 리스트는,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정의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기록되지 않은 삶은 잊히기 마련이지만, 그분은 자신의 시간을 활자로 박제해 영원한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지평으로의 여행

 

다가올 6월, 14시간여의 긴 비행을 거쳐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떠나려는 세 번째 계획은 이 에세이의 정점을 찍는다. 누군가는 '그 나이에 비행기를 타는 것조차 무리'라고 말할 때, 그분은 북유럽의 낯선 공기와 지인과의 재회를 꿈꾼다. '생애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은 두려움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을 가장 뜨겁게 살게 하는 에너지가 된다.

 

"나이를 먹어서 못 하는 게 아니라, 꿈이 없어서 늙는 것이다."

 

90세의 시니어가 보여주는 행보는 단순히 '노익장'이라는 단어로 가둘 수 없는 고귀한 도전이다. 첼로 선율과 한 권의 책, 그리고 낯선 땅으로의 여행. 이 세 가지 버킷 리스트는 우리에게 말해준다. 꿈을 꾸는 데 필요한 것은 젊은 육체가 아니라, 내일을 기다리는 설렘뿐이라는 것을….

 

아흔의 첼리스트 앞에서 우리는 더 이상 '늦었다'는 변명을 할 수 없다. 지금 당신의 손에 들려 있어야 할 활은 무엇인까? ‘꿈은 그 꿈을 꾸는 사람의 것’이라는 말 외에 더 붙일 말이 없다. <26.2.8 현담 이강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