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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간을 찍는 'Deep Time'의 사진 작가다. 나는 Deep Time의 작가다​나는 풍경을 찍는 사진가가 아니다.내가 카메라에 담으려는 것은 시간이다.정확히 말하면 인간의 시간이 아니라, 인간의 생애를 훨씬 넘어서는 시간이다.​수백만 년, 수억 년, 때로는 수십억 년에 걸쳐 지구가 만들어온 흔적을 찾아 카메라를 든다.나는 이 작업을 ‘Deep Time — 억겁(億劫)’이라고 부른다.Deep Time은 지질학에서 인간의 감각으로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지구의 긴 시간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70년, 80년, 100년이라는 시간은 그 앞에서 거의 한 점에 가깝다.나는 그 거대한 시간이 자연에 남긴 흔적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다.​바위의 결,깊게 패인 균열,겹겹이 쌓인 층,물과 바람이 깎아낸 표면,얼음과 압력이 밀어붙인 흔적.사람들은 그것을.. 더보기
《절규》 너머의 뭉크를 만나다 — 오슬로 MUNCH 관람기 오슬로 뭉크 미술관에서, 우리가 몰랐던 뭉크를 만나다10월 5일 오후, 화가인 아내 김영미 작가와 함께 오슬로의 뭉크 미술관(MUNCH)을 찾았다.​노르웨이에 와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 가운데 하나였다.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는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세계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미술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도 그의 대표작 《절규(The Scream)》만큼은 한 번쯤 보았을 것이다.​나 역시 그동안 여러 나라의 미술관에서 뭉크의 작품을 보아왔다. 그러나 이번처럼 한 작가의 작품을 이렇게 많은 수량으로, 오랜 시간 동안 집중해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미술관에 들어선 뒤 우리는 서두르지 않았다. 한 작품 앞에 서서 보고, 다시 뒤로 물러나 바라보고, 때로는 아내와 이야기.. 더보기
노르웨이의 시간 여행: 베룸스 베르크와 키스테포스에서 만난 공간 재생의 마법 노르웨이 체류 3일째, 점심 식사 후 오슬로 외곽에 위치한 복합 상업 및 문화 공간 '베룸스 베르크(Bærums Verk)'로 향했다. 이곳은 과거 철제 생산을 하던 유서 깊은 산업 부지를 쇼핑과 문화 단지로 재생해 활용한 곳이다.​입구의 안내판에는 1610년에 이 마을이 세워졌다고 적혀 있었다. 조선 광해군 재위 2년 차이자 《동의보감》이 완성된 바로 그해다. 당시 덴마크-노르웨이의 왕이었던 크리스티안 4세(Christian IV)가 폴 스멜터(Paul Smelter)에게 제철소 건립을 허가하면서 이 마을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이후 오랫동안 제철소로 운영되던 공장이 문을 닫은 뒤, 1997년에 옛 생산 시설과 노동자들이 살던 역사적인 목조 건물들을 보존 및 개조했다. 그 결과 지금처럼 상점, 수공.. 더보기
[TEPI 교육칼럼] 9학년 학부모가 10월에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3가지 체크리스트 [TEPI 교육칼럼] 9학년 학부모가 10월에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3가지 체크리스트10월은 9학년(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생각보다 중요한 시기입니다. 학기 초의 어수선함이 정리되고, 1학기 중간 성적이 나오기 시작하며, 동시에 다음 학년도 과목 선택 논의가 물밑에서 시작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학부모님들이 "아직 9학년인데 뭘 벌써"라고 생각하시지만, 사실 이 시기에 세워진 습관과 결정들이 이후 3년의 입시 전략 전체의 뼈대가 됩니다.오늘은 9학년 학부모님들이 10월에 반드시 챙기셔야 할 3가지를 정리해 드립니다.​1. 첫 성적표(1분기/중간고사) 점검 — 숫자보다 '패턴'을 보세요9학년 1학기 첫 성적은 앞으로 4년 GPA의 출발선입니다. 이 시점에서 학부모님이 보셔야 할 것은 단순히 .. 더보기
[포토 에세이] 찰나의 눈부심, 나팔꽃이 건네는 말 [포토 에세이] 찰나의 눈부심, 나팔꽃이 건네는 말초가을 아침, 발길이 닿은 길모퉁이 철망 울타리에서 발그레한 붉은빛과 깊은 보랏빛의 나팔꽃들을 마주했습니다. 거친 쇠 울타리를 말없이 감아 쥐고 올라가, 넓은 초록 잎사귀 사이로 활짝 피워 올린 단정한 얼굴들. 가운데 하얗게 차오른 빛을 품은 채 새벽 공기를 향해 조용히 울려 퍼지는 무언(無言)의 나팔소리 같습니다. 아침 햇살에 제 온몸을 다 열어 빛나다가도, 한낮의 볕이 기울면 미련 없이 꽃잎을 오므리는 꽃. 어떤 이는 그 짧은 생을 두고 덧없다 말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단 하루를 살더라도 온 힘을 다해 가장 찬란한 제 빛깔을 피워내는 그 순수함과 치열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남의 담장을 빌려 기대어 오를지언정 주어진 햇살과.. 더보기
[남 프랑스 예술기행] '남 프랑스의 숨은 중세마을, 제비꽃 향기 흐르는 투레트 쉬르 루' 남프랑스에는 유명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아름다운 마을들이 있습니다. 니스와 그라스 사이 산자락, 바위 절벽 위에 올라앉은 투레트 쉬르 루(Tourrettes-sur-Loup)가 그런 곳이지요. 생폴 드 방스의 화려한 명성에 가려져 있지만, 좁은 돌길과 오래된 집, 예술가들의 작은 공방, 그리고 100년 넘게 마을의 삶을 지탱해 온 보랏빛 제비꽃을 만나고 나면 이 마을을 쉽게 잊기 어렵습니다.​투레트 쉬르 루는 프랑스 남동부 알프마리팀(Alpes-Maritimes) 지역, 니스와 그라스 사이의 내륙 산지에 자리한 작은 마을입니다. 특히 방스(Vence)에서 가까워서, 생폴 드 방스와 함께 묶어 여행하기 좋은 곳이지요.​마을은 평지에 넓게 펼쳐진 형태가 아니라 바위산 돌출부 위에 성곽처럼 붙어 있습니다. 그.. 더보기
샤갈의 무덤에 존경의 돌을 얹다... - 남프랑스 생폴드방스 마을 끝에 있는 공동묘지에서 만난 샤갈 -지난 5월 29일, 아내와 나는 생폴드방스 마을 끝자락에 자리한 오래된 공동묘지로 향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거장,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1887~1985)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아흔여덟 해의 긴 삶을 마친 그는 지금, 사랑하는 아내 발렌티나와 함께 이곳 생폴드방스 따스한 흙 아래 고요히 잠들어 있다.​흔히 샤갈을 시적 상징주의나 표현주의 화가라 부르지만, 사실 그는 단 하나의 사조에 가두어둘 수 없는 독창적인 예술가였다. 지금의 벨라루스인 러시아 비텝스크의 유대인 공동체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의 기억—마을의 고즈넉한 풍경과 가족, 염소, 바이올린 연주자, 그리고 행복했던 결혼식—을 평생 마음에 품었고, 이는 훗날 그.. 더보기
[포토 에세이] 거대한 세상 앞에서 멍하니 숨을 내쉬다 ","displayOption":"ContentFit","images":[{"url":"http://t1.kakaocdn.net/brunch/service/user/2Biz/image/-jAK5V3XZfGi909ssl1AOYKUcHQ","width":"936","height":"624","originalName":"4D2A1354.JPG?type=w1"}]}"> 오래전 일이다. 21년 11월 아내와 찾은 '얼굴 박물관', 나는 이 흙으로 빚은 이 인형 앞에서 오래 떠나지 못했다. 어떤 감정은 언어의 형태를 갖추기 전에 소리가 되어 먼저 터져 나온다. 그것은 왈칵 쏟아지는 울음도, 명쾌한 웃음도 아.. 더보기
[은퇴 일기 #3 ] 누님과 함께 짓는 은퇴 후 양평 농사, 땀 흘린 뒤의 순두부찌개 지난해 가을 심은 마늘과 양파, 그리고 무더운 여름을 견뎌낸 대파와 쪽파가 혹독한 지난 겨울을 이겨냈습니다. 지난 3월 말 정성스레 심은 감자와 완두, 케일도 어느덧 예쁜 싹을 틔워 4월의 푸른 하늘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밭 한편에서 묵묵히 대견하게 자라나는 생명들을 보니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누님과 함께한 양평 모종 시장 나들이 어제 양평에 내려와 월세로 얻은 농가주택 30여 평 누옥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이른 아침, 은퇴 후 서울과 양평을 오가며 저와 함께 농사를 지어주시는 누님과 함께 양평 시내 농협 모종 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시장은 봄 기운으로 가득했고, 저희는 올 한 해 식탁을 풍성하게 해줄 다양한 모종들을 한가득 구입했습니다. 우리 뿐 아니라 많은 주말 농부들로 모종 시장이 북적였습니다. .. 더보기
[은퇴후 <2>] 감자,완두콩 심으며 흙 묻은 손으로 맞이하는 은퇴 첫 봄 겨울을 버텨낸 마늘처럼 — 봄 밭에서 새 출발을 준비하다​봄볕이 따사롭게 내리쬐던 3월 21일 토요일, 농사의 좌장인 손위 교장 은퇴한 누이와 수도권에 흩어져 살던 사촌 형제들이 다시 밭으로 모였다. 지난 가을 수확후 금년 들어 첫 행사다. 이번에는 감자와 당근, 생강을 심을 준비를 하기 위해 밭을 고르고, 잡초 방지용 검은 비닐을 씌우는 작업을 했다.겨울을 이겨낸 것들나보다 먼저 도착한 사촌들이 양파 밭과 마늘 밭을 정리하고 있었다. 얼지 말라고 씌워둔 비닐과 지지대를 거둬내고 있었다. 양파와 마늘이 연초록 빛으로 환영을 해 준다. 지난가을에 심어두고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겨울을 넘겼는데, 녀석들은 눈보라와 혹한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라 있었다. 초록빛 싹들이 줄지어 올라온 모습을 보며 절로 뿌듯함이 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