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갑산(七甲山)과 까치내(작천, 鵲川)

<칠갑산 전경>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로 시작하는 노래 ‘칠갑산’은 60대 이상 시니어들에게 매우 친숙한 곡이다. 칠갑산 인근 충남 부여 출신의 조운파(본명 조대원)가 작사·작곡했으며, 대학가요제 출신 가수 주병선이 1989년 데뷔 앨범에 리메이크해 수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노래방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불러보았을 만큼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은 이 곡은, 고향에 대한 향수와 어머니의 고단했던 삶을 애절하게 담아내어 듣는 이의 마음을 적시곤 한다.
칠갑산은 해발 561m로 서울 근교의 북한산(836m)이나 관악산(632m)보다 낮지만, 충남 청양군 대치면, 정산면, 장평면에 걸쳐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 이름은 만물 생성의 7대 근원인 ‘칠(七)’자와 육십갑자의 첫 글자이자 싹이 튼다는 의미를 지닌 ‘갑(甲)’자를 합쳐 지어졌다.
필자는 1958년부터 약 3년 동안 칠갑산 자락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당시 선친께서 칠갑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셨기 때문이다. 아련한 추억을 쫓아 몇 차례 방문해 보았으나, 학교는 이미 폐교되어 현재는 자연 체험 학습장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충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청양 내에서도 오지였던 대치면 장곡리에서, 필자의 바로 위 형님은 읍내 중학교까지 매일 8km를 걸어서 통학하곤 했다.

<까치내>
당시 교장 관사 앞에는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에 등장할 법한 맑은 실개천이 흘렀다. 어린 시절 나는 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1m 남짓한 낚싯대에 밥알이나 파리를 꿰어 붕어와 피라미를 낚으며 시간을 보냈다. 밤이면 집 앞 우거진 나무 사이로 부엉이와 소쩍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부모님이 외출하셨다 늦게 귀가하시는 날이면, 세 살 터울 누나와 함께 무서움에 떨기도 했던 기억이 선하다.
집 앞 실개천은 수백 미터를 흘러 조금 더 큰 내가 되고, 다시 1km 정도를 더 나아가 청양 읍내에서 오는 큰 물줄기와 합류하는데 그 지점이 바로 ‘까치내’다. 까치내 여울은 지천의 물줄기가 칠갑산의 기암괴석과 만나 굽이치며 흐르는 곳으로, 물소리가 유난히 맑고 깨끗하다. 현재는 ‘까치내 유원지’로 알려져 수심이 얕고 맑은 물을 찾아 많은 이들이 방문하고 있다.
또한 이 지역은 충청도 ‘웃다리 농악’의 발원지 중 한 곳이기도 하다. 과거 유랑 광대패들이 이 여울에 다리를 놓기 위해 풍물을 치며 기금을 모았던 역사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지금은 그 풍물 소리도, 소쩍새와 부엉이 울음소리도 들을 수 없지만, 아련한 그리움으로 다시금 그 시절의 추억을 소환해 본다.
<2026. 2. 16. 玄潭 이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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