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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박정희 유신 독재와 싸운 지식인, 김지하 시인 별세

<김지하 시인, 출처= 위키>

 

김지하 시인이 8일 별세했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최근 1년여 동안 투병생활을 해오다 이날 강원도 원주 자택에서 타계했다. 빈소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마련될 예정이다.

김지하 선생의 본명은 김영일(金英一)이다. 9141년 출생이니 금년으로 81세다. 전라남도 목포 출신으로 목포 산정초등학교- 중동고등학교-서울대 미학과를 나왔다. 2008년부터 원광대 원불교학과 석좌교수로, 이후 2013년부터 동국대 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임했다. 고인은 1963년 ‘목포문학’에 ‘저녁 이야기’라는 시를 낸 후, 1969년 ‘시인’지에 ‘황톳길’, ‘비’ 등의 시를 발표하며 공식적으로 등단했다.

그에게는 항상 '저항 시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4.19혁명이후 학생운동을 했고, 1964년 6.3 항쟁에 참여 복역을 했다. 이후 박정희 유신 정권 내내 독재에 저항하는 활동을 했다. 민청학년 사건에 연루돼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1980년 석방됐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저항시 오적(五賊- 5도적:1970년 작품)으로 필화를 겪어 반공법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60대들에게 익숙한 저항가요 '금관의 예수', '주여 이제는 여기에, '타는 목마름으로''를 작사했다.

고인의 대표적 저서로는 `타는 목마름으로’, `생명’, `애린’, `황토’, `대설(大說)’ 등이 있다. 2018년 시집 ‘흰 그늘’ 산문집 ‘우주생명학’을 마지막으로 절필을 선언했다.

김지하는 작가로서 뛰어남을 보여 각종 문학상을 휩쓸었다. 1975년에는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회의 로터스 특별상을 받았고, 1981년에는 국제시인회 위대한 시인상, 브루노 크라이스키상을 수상했다. 2002년 제14회 정지용문학상, 제10회 대산문학상, 제17회 만해문학상, 2003년 제11회 공초문학상, 2005년 제10회 시와 시학상 작품상, 2006년 제10회 만해대상, 2011년 제2회 민세상 등을 받았다. 노벨문학상·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삶의 거의 전부를 저항하는 지식인의 모습으로 살았다. 김수환 추기경조차 이런 김지하의 활동에 '너무 열혈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는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많은 서적을 탐독하며 '생명 사상'을 깨우쳤다고 한다. 그는 천주교 신자였으나 선불교에 경도됐고, 동학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그는 90년대 이후 진보에서 보수적 성향을 보이기 시작했고, 1991년 조선일보에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고 진보진영을 크게 꾸짖었다. 이는 1991년 4월 명지대생 강경대가 시위중 전경의 구타로 사망한 것을 계기로 연쇄 분신 파동이 사회 충격을 줄 때 운동권이 연이은 자살을 방조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김지하는 이후 진보진영과 적대관계를 갖게 됐다.

<젊은시절 박정희 정권에 도전하다 옥고를 치렀다. 출처= 동아일보>

김지하가 이렇게 진보로 돌아선 것과 관련 고문 후유증이라는 설이 대두되기도 했다. 하여간 김지하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이 시대의 반항아, 저항시인이다. 서슬퍼런 독재정권의 강압에도 굴하지 않고 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 지식인이다.

고인은 1973년 소설가 박경리의 딸 고(故) 김영주 전 토지문화재단 이사장과 결혼했다. 김 이사장은 2019년 별세했다. 고인의 유족으로는 장남 김원보(작가)씨와 차남 세희(토지문화재단 이사장 겸 토지문화관 관장)씨가 있다. <시니어 은퇴자>

■ 오적(五賊)

김지하가 1970년 사상계에 발표한 풍자시.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군 장성, 장차관을 을사오적에 빗대어 1970년대 당시 한국 사회에 만연했던 부정부패와 비리를 해학적으로 풍자하였다. 판소리 형태를 계승한 서사시 일종이다. 당연히 시대가 시대였던만큼 그 후폭풍은 엄청나서, 김지하를 필두로 사상계의 편집진들이 줄줄이 고문을 당했으며 결국 사상계는 이 사건을 빌미로 강제로 폐간되었다.

시(詩)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 말고 똑 이렇게 쓰럈다

내 어쩌다 붓끝이 험한 죄로 칠전에 끌려가

볼기를 맞은 지도 하도 오래라 삭신이 근질근질

방정맞은 조동아리 손목댕이 오물오물 수물수물

뭐든 자꾸 쓰고 싶어 견딜 수가 없으니, 에라 모르겄다

볼기가 확확 불이 나게 맞을 때는 맞더라도

내 별별 이상한 도둑 이야길 하나 쓰겄다

첫째 도둑 나온다

狾䋢(재벌)이란 놈 나온다

돈으로 옷해 입고 돈으로 모자해 쓰고 돈으로 구두해 신고 돈으로 장갑해 끼고

금시계, 금반지, 금팔지, 금단추, 금넥타이 핀, 금카후스보턴, 금박클, 금니빨, 금손톱, 금발톱, 금작크, 금시계줄.

디룩디룩 방댕이, 불룩불룩 아랫배, 방귀를 뽕뽕뀌며 아그작 아그작 나온다

저놈 재조봐라 저 재벌놈 재조봐라

장관은 노랗게 굽고 차관은 벌겋게 삶아

초치고 간장치고 계자치고 고추장치고 미원까지 톡톡쳐서 실고추 파 마늘 곁들여 날름

세금 받은 은행돈, 외국서 빚낸 돈, 왼갖 특혜 좋은 이권은 모조리 꿀꺽

이쁜 년 꾀어서 첩삼아 밤낮으로 작신작신 새끼까기 여념없다

수두룩 까낸 딸년들 모조리 칼쥔놈께 시앗으로 밤참에 진상하여

귀띔에 정보 얻고 수의계약 낙찰시켜 헐값에 땅샀다가 길 뚫리면 한몫 잡고

千(천)원 工事(공사) 오원에 쓱싹, 노동자임금은 언제나 외상외상

둘러치는 재조는 손오공할애비요 구워삶는 재조는 뙤놈숙수 빰치겄다.

또 한 놈이 나온다.

국회의원((獪狋猿) 나온다.

곱사같이 굽은 허리, 조조같이 가는 실눈,

가래 끓는 목소리로 응승거리며 나온다

털투성이 몽둥이에 혁명공약 휘휘감고

혁명공약 모자쓰고 혁명공약 배지차고

가래를 퉤퉤, 골프채 번쩍, 깃발같이 높이들고 대갈일성, 쪽 째진 배암샛바닥에 구호가 와그르르

혁명이닷, 舊惡(구악)은 新惡(신악)으로! 改造(개조)닷, 부정축재는 축재부정으로!

근대화닷, 부정선거는 선거부정으로! 重農(중농)이닷, 貧農(빈농)은 離農(이농)으로!

건설이닷, 모든집은 臥牛式(와우식)으로! 社會淨化(사회정화)닷, 鄭仁淑(정인숙)을, 정인숙을 철두철미하게 본받아랏!

궐기하랏, 궐기하랏! 한국은행권아, 막걸리야, 주먹들아, 빈대표야, 곰보표야, 째보표야,

올빼미야, 쪽제비야, 사꾸라야, 幽靈(유령)들아, 표도둑질 聖戰(성전)에로 총궐기하랏!

孫子(손자)에도 兵不厭邪(병불염사), 治者卽(치자즉) 盜者(도자)요 公約卽(공약즉) 空約(공약)이니

遇昧(우매)국민 그리알고 저리멀찍 비켜서랏, 냄새난다 퉤 -

골프 좀 쳐야겄다.

셋째 놈이 나온다

跍礏功無獂(고급공무원) 나온다.

풍선은 고무풍선, 독사같이 모난 눈, 푸르족족 엄한 살,

콱다문 입꼬라지 淸白吏(청백리) 분명쿠나

단 것을 갖다주니 쩔레쩔레 고개저어 우린 단것 좋아 않소, 아무렴, 그렇지, 그렇구말구

어허 저놈 뒤좀 봐라 낯짝 하나 더 붙었다

이쪽보고 히뜩히뜩 저쪽보고 헤끗헤끗, 피둥피둥 유들유들 숫기도 좋거니와 이빨꼴이 가관이다.

단것 너무 처먹어서 새까맣게 썩었구나, 썩다 못해 문드러져 汚吏(오리)가 분명쿠나

산같이 높은 책상 바다같이 깊은 의자 우뚝나직 걸터앉아

功(공)은 쥐뿔 없는 놈이 하늘같이 높이 앉아 한손으로 노땡큐요 다른 손은 땡큐땡큐

되는 것도 절대 안돼, 안될 것도 문제없어, 책상위엔 서류뭉치, 책상 밑엔 지폐뭉치

높은 놈껜 삽살개요 아랫놈껜 사냥개라, 공금은 잘라먹고 뇌물은 請(청)해먹고

내가 언제 그랬더냐 흰구름아 물어보자 料亭(요정)마담 위아래로 모두 별 탈 없다더냐.

넷째 놈이 나온다

장성(長猩)놈이 나온다

키 크기 팔대장성, 제밑에 졸개행렬 길기가 만리장성

온몸이 털이 숭숭, 고리눈, 범아가리, 벌룸코, 탑삭수염, 짐승이 분명쿠나

금은 백동 청동 황동, 비단공단 울긋불긋, 천근만근 훈장으로 온몸을 덮고 감아

시커먼 개다리를 여기차고 저기차고

엉금엉금 기나온다

長猩(장성)놈 재조봐라

쫄병들 줄 쌀가마니 모래가득 채워놓고 쌀은 빼다 팔아먹고

쫄병 먹일 소돼지는 털한개씩 나눠주고 살은 혼자 몽창먹고

엄동설한 막사 없어 얼어 죽는 쫄병들을

일만하면 땀이 난다 온종일 사역시켜

막사지을 재목갖다 제집크게 지어놓고

부속 차량 피복 연판 부식에 봉급까지, 위문품까지 떼어먹고

배고파 탈영한 놈 군기잡자 주어패서 영창에 집어놓고

열중쉬엇 열중열중열중쉬엇 열중

빵빵들 데려다가 제마누라 화냥끼 노리개로 묶어두고

저는 따로 첩을 두어 雲雨魚水(운우어수) 攻防戰(공방전)에 兵法(병법)이 神出鬼沒(신출귀몰)

마지막놈 나온다

장차관(瞕矔)이 나온다

허옇게 백태끼어 삐적삐적 술지게미 가득고여 삐져나와

추접無比(무비) 눈꼽낀 눈 형형하게 부라리며 왼손은 골프채로 국방을 지휘하고

오른손은 주물럭주물럭 계집젖통 위에다가 증산 수출 건설이라 깔짝깔짝 쓰노라니

호호 아이 간지럽사와요

이런 무식한 년, 國事(국사)가 간지러워?

굶더라도 수출이닷, 안 팔려도 증산이닷, 餓死(아사)한놈 뼉다귀로 현해탄에 다리 놓아 가미사마 배알하잣!

째진 북소리 깨진 나팔소리 삐삐빼빼 불어대며 속셈은 먹을 궁리

검정세단 있는데도 벤쯔를 사다놓고 청렴결백 시위코자 코로나만 타는구나

예산에서 몽땅 먹고 입찰에서 왕창 먹고 행여나 냄새날라 질근질근 껌씹으며

켄트를 피워 물고 외래품 철저단속 공문을 휙휙휙휙 내갈겨 쓰고 나서 어허 거참 達筆(달필)이다.

추문 듣고 뒤쫓아 온 말 잘하는 반벙어리 신문기자 앞에 놓고

一國(일국)의 재상더러 不正(부정)이 웬 말인가 귀거래사 꿍얼꿍얼, 자네 핸디 몇이더라?

<김지하 시인의 근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