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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일반

"어, 내가 다녔던 국제학교가 없어졌어요! 성적표 어디서 발급 받죠?"

A는 서울 북부 지역의 작은 미인가 국제학교를 졸업했다. 이 학생은 건강과 가정 형편상 졸업 후 곧바로 미국 대학에 진학을 하지 않고, 3년여를 쉬었다가 미국 대학에 지원을 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을 했다. A군이 다닌 국제학교가 A군 졸업과 동시에 문을 닫은 것이다. A군은 미국 대학 지원을 위해 다녔던 국제학교 성적표를 떼려하니 학교가 없어져 고등학교를 다닌 학적부와 성적표를 발급받을 길이 없게 됐다. 당시 자신을 가르쳤던 선생들과 고생 끝에 연결이 됐지만 학적부와 성적표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는 답을 듣고 절망에 빠졌다.

<문 닫는 국제학교가 생길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 몫이다. 국가에서 이를 구제할 방법이 없다>

내년에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공립학교인 도봉 고등학교가 학생수 줄어서 폐교를 한다. 이 경우 이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학적부와 성적표는 인근 다른 공립학교로 옮겨 보관을 하고, 필요한 학생들은 보관을 맡은 공립 고등학교에서 서류를 발급 받는다.

그런데 미인가 국제학교의 경우 학생수가 줄거나 학교 이사장의 개인적 사정으로 학교가 폐교됐을 경우 졸업생 및 재학생들의 모든 학교 기록은 그냥 없어져 버린다. 학적부 및 성적표를 맡길 곳이 법적으로, 또한 현실적으로 없다. 이런 상황은 미국 기관으로부터 인증(Accredetation)을 받은 인증 국제학교도 마찬가지다. 국내 교육법상 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학적부와 성적표를 맡길 곳이 없다.

일부 국제학교들은 미국 인증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다고 자랑을 하지만 학교가 이런 저런 사정으로 폐교가 됐을 경우 인증국제학교나 미인증 국제학교나 똑같이 모든 학생 기록들이 사라질 운명에 놓인다.

필자는 얼마전 급격한 대한민국의 인구감소가 몇년 뒤 국제학교의 폐교라는 쓰나미로 오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제시했다.

https://blog.naver.com/josephlee54/222971211310

국내 상당수 국제학교가 위태롭다 ... 인구 절벽이 쓰나미로 온다

18년 뒤 현재보다 30% 이상 학생이 줄어든다 초중고, 대학 등 대거 구조조정 불가피 국내 국제학교 상당수 ...

blog.naver.com

이는 필자의 생각이 아니고 , 인구학자들이 예견하는 인구 절벽이 낳게 될 현상들이다. 대학들은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고, 국내 초중고 학교들도 대거 통폐합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이런 인구절벽 현상 속에서 우후 죽순 처럼 설립돼 운영되고 있는 500-600개인 미인가 국제학교인들 살아남을 수있을까? 어쩌면 절반이상 대거 폐교 사태를 맞을 수 있다고 필자는 본다.

이때 피해를 보게될 학생들은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국제학교는 거의 모두 다 현행 교육법상 학교가 아니고 수학학원, 영어 학원 처럼 그 지위가 '학원'이나 평생 교육원이기 때문에 없어지면 그것으로 끝난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의 모 수학 학원이 재정난으로 문을 닫는다면 그 학원에 다니던 학생들은 그것으로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과 같다.

<국제학교는 법적 지위가 학원이기 때문에 문을 닫게 되면 그것으로 학생의 학적부와 성적표는 사라지게 된다>

미인가 국제학교의 폐교는 학부모들이 주식 가격의 하락으로 투자금을 모두 날리고 갖고 있던 계좌가 '깡통 계좌'가 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사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돈은 날리면 그만이지만 자녀의 고등학교 기록이 없어지면 진로 그 자체가 막힐 수 있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성적표나 디플로마(졸업장 혹은 학적부)가 필요한 향후 대학 진학, 편입 등에 있어서 큰 불이익을 받게 된다. 대학 입시에서 고교 성적표 제출은 필수다. 미국 대학 편입에서도 고교 성적표를 내야 한다. 노르웨이 대학원 진학시 고등학교 디플로마, 즉 졸업장을 내야 한다.

지금까지는 국제학교가 문을 닫는 케이스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몇 년 안에 인구 절벽이 현실화 되고 , 이런 저런 이유로 국제학교 학생수가 줄어들면 재정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는 국제학교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때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 몫이다. 국제학교에 자녀를 보내려는 학부모들은 이런 상황까지 감안해 자녀의 진로를 설계 해야 할 것이다. <미래교육연구소장 이강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