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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기유학

[조기유학] 관리형 유학은 쫌, 그렇다.

지금도 ‘관리형 유학’이라는 타이틀로 한국인 학생들을 7 ~ 8명씩 한 집에 보내는 형태의 유학이 조기유학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값비싼 형태의 기숙식 영어학원에 보내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판매’라는 거북한 단어를 사용한 것은 이 프로그램에 대한 필자의 반감 때문입니다.

 

‘관리형 유학’

한국인 학생들을 7 ~ 8명씩

한 집에 보내는 형태의 유학

 

유학을 보내려는 학부모들은 ‘안전, 적응, 관리, 성적’같은 것을 걱정합니다. 관리형 유학은 이런 불안감에 착안해서 만들어진 유학 프로그램입니다. 2003년 경부터 ‘관리형’이라는 키워드는 유학원 사이에 큰 이슈였습니다. 왜냐하면 유학원 입장에서 남는 장사였으니까요. 유학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추가될수록 비용이 증가합니다. 이것은 사업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구미가 당기는 요소이지요.

 

그렇다고 미래교육연구소가 조기유학을 보내면서 수속 비용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적 가치와 상업적 이윤 사이에 균형을 진지하게 고민한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다만, 학업 능력에 문제가 있거나 생활면에서 도움이 필요한 일부 학생 중에 관리형유학이 대안이 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필자는 연일 우리 연구소 블로그에 ‘배고프고, 부족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유학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동의하거나 부정하거나 상관없이 유학의 결과를 보면, 그리고 인생을 조금 살아보면 결핍과 부족으로 인해 지혜와 경쟁력을 갖추어 가는 사람들을 봅니다. 부족해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넘쳐나는 것도 문제입니다.

관리형 유학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1.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 거주한다.
  2. 아이의 소식을 24시간 확인할 수 있다.
  3. 아이들이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4. 아이들이 시험 준비, 개인 과외지도를 받는다.
  5. 미국 대학에 갈 때 필요한 스펙을 갖추게 해준다.
  6. 1년만 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경우에도 필요한 교과목 공부를 시켜준다.

네, 유학을 보내는 학부모라면 이 모든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해서 미국 명문 대학에 합격하더라도 그것이 우리 아이의 실력일까요? 심지어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대입 결과를 관리형 유학업체의 성과처럼 포장한 곳도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영어

그룹홈에서는 한국어...

 

위에 6가지 완벽한 서비스 때문에 생기는 폐해도 있습니다.

  1. 한국 아이들끼리 지내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영어 집에서는 한국어를 쓴다.
  2. 숙제 등을 (한국인) 선생님과 함께 준비하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마무리한다.
  3. 아이가 주도적, 창의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4. (일부?) 한국인 학생들끼리 지내면서 서열화 문제가 발생한다.

 

유학을 보내면서 ‘탈선, 실패, 부적응’을 걱정하지만 제대로 된 선택을 한다면 이런 문제는 기우에 그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지나치게 높은 비용과 거기에 못 미치는 서비스 그리고 예상 가능한 폐해 때문에 한동안 ‘관리형 유학’이라는 키워드가 잠잠하였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유학 중인 자녀 때문에 상담을 의뢰한 학부모를 통해 또 비슷한 문제가 드러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참고로 관리형유학을 현지에서 담당하는 선생님 중에 번아웃을 호소하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워낙 까다로운 한국인 학부모들의 요구사항을 감당하려니 힘든 것이죠. 자기가 관리하는 학생들이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뒷바라지하는 일은 초 고강도 노동입니다. 심지어 이들은 출퇴근도 없고 주말과 휴일이 더 바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이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보입니다.

내 아이는 내가 잘 알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서, 지금 한국에서도 서울 안에 있는 대학 가기가 어렵다면 미국 명문대를 더 쉽게 가는 방법은 없습니다. 아이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과 거기에 적절한 수준의 지원이 곁들여진다면, 세계 랭킹보다 높은 수준의 미국 대학에 갈 수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 아이가 '아이비리그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객관적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면, 현실적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녀가 혼자 유학을 가도 좋을 미국의 보딩스쿨, 데이스쿨이 정말 많이 있습니다. 자녀를 믿고 보내면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습니다. 모쪼록 유학을 보내려면, 웬만해서는 관리형 유학 말고 자녀가 혼자서 가는 유학 방법을 선택하세요. 혼자 보내는 게 걱정이라면, 아이를 신뢰하기 어렵다면 한국에서 공부시키는 것도 훌륭한 방법입니다. 이미 한국에서 화려한 전적이 있다면 ‘영어’라도 배워오라면서 보내는 유학은 투자가 아니라 낭비가 될 수 있습니다.

관리형 유학은 아닙니다.

<미래교육연구소 한승호 원장>